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𝓘𝓶𝓶𝓸𝓻𝓽𝓪𝓻 | 고백로그

view496 2025. 5. 17. 00:55

To. 벨린에게



벨린.
있지.. 저기 나는 말이야
너를... 정말, 오래전부터 바라보고 있었어.

그게 동경인지, 의존인지
아니면 대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제 와서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
나는 그냥... 네가 필요해. 아주 절실하게.

네가 없으면 안 돼. 그게 감정이든, 기억이든, 병이든, 너는 나한테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야.

언니가 사라진 그날부터,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나는 이미 무너졌는데, 그 무너진 잔해 속에 네가 있었어.

처음엔 그게 나를 더 망가뜨릴 줄 알았는데,
이젠 그것 말고는 나를 지탱해 주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나는 네가 준 말들을 매일 되새겨.

그 반복되는 말들이 나한텐 상냥함처럼 느껴졌어.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너를 좋아하게 되어버렸어.

부드럽게 조각나고, 천천히 파고들고.

결국 나라는 조각의 중심을 네가 차지했어.
그렇게 말하면 좀 무서운가? 그렇지만, 벨린.
난 진심이야. 너랑 같이 끝까지 가고 싶어.

지하의 끝에서, 어둠 속에서
너와 함께라면 난 그저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아.

죽음조차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도록, 우리의 존재가 불멸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너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그러니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

너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네게 집착한다면, 그건 네가 내게 희망이기 때문이야.

너는 나의 구원이자, 나의 벨린이니까.
우리 언니를 대신해서, 아니, 언니를 넘어서서..
나의 전부가 되어줘.

우리는 이미 충분히 무너졌으니까,
이제는 그 무너짐 속에서 불멸을 피워보자.

내가 너를 사랑해. 아주 깊게.

끝이 없을 만큼.


나는 이상해졌어.

네가 말하던 대로, 너도 내가 망가졌다고 했었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게 싫지 않아.
망가졌다는 건, 네가 나를 바라봤다는 증거니까.
망가진 나조차도 넌 기억해 줬으니까.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다고 해.
언니를 잃고, 현실을 부정하고,
아직도 그때에 머물러 있는 애라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근데 너는.. 날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너는 끝나지 않는 존재라고 했지.
너의 세계엔 마지막이 없다는 듯이,
그 말이 나를 살아있게 했어.

그래서 이제는 맹세하고 싶어.

우리 둘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끔찍한 방식으로.
나랑 서약하자, 벨린.
우리의 탄생화를 함께 피우자.
끝에서 시작되고,
죽음 위에 살아남는,
그런 서약을 하자.

피로 써도 좋아. 손가락으로 긋고, 흙 위에 쓰자.
우리 말고 아무도 해석하지 못할 말들로.
우리를 구속할, 결박 같은 문장으로.
너의 그림이 내가 되고,
내 환상이 너의 현실이 되는 그런 약속으로.
영원히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도 너는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내 이름의 끝이 너의 이름으로 끝나도록.

나는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날 미워해도 좋아.

날 무서워해도 좋아.

그 어떤 감정이라도, 그것이 나를 향해 있다면.
그럼 된 거야. 그럼 영원히 함께일 수 있어.

우린 이미 망가졌으니까,
이제는 아름다워질 차례야.
우리 둘이서.
그 망가짐 끝에서..
불멸을 피우자.

나의 벨린, 나의 구원자.




From. 너의 동경이



대답은 언제까지나 기다릴게 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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